
추위 속에서 카메라를 들 고 서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카메라가 사물의 가장자리와 모서리를 구별하여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2월의 색깔 없고 삭막한 덩어리에 섞여 있기 때문이다. 너는 어떤가 하면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떤 덩어리에 합쳐졌단다. 그래서 너는 2월에 노래 부르는 것을 끔찍히 싫어했다. '12월에는 그렇게 좋던 눈이 2월에는 따분하고 더럽고 하찮다' 네가 입버릇 처럼 내뱉던 말이었다.
아, 이젠 이것도 물린다. 안무레슨을 받고 나면 저녁 7시. 이때 쯤 몰아쉬는 호흡은 무겁고 울렁거린다. 저녁을 아직 안 먹어서 울렁거릴거라는 효진이형이 3년전에 했던 말은 아직도 이 시간때쯤 거울을 등지고 앉아있으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 덕에 더 울렁거리는거 같기도 하는 걸 알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있으니 연습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윤이 형 발소리는 아닌 거 같고, 곧 '안녕하세요- ' 하는 얇은 목소리가 내 눈을 뜨게 한다. 아 맞다.
"어제 말했지? 내일부터 너희랑 같이 데뷔조로 연습하게 될 박민균이야"
"안녕하세요 박민균입니다 95년생이구요 스타쉽에서 왔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맞다, 이게 너와의 첫 만남이였다.
♬But when you told me that you hated my friends
The only problem was with you and not them
And every time you told me my opinion was wrong
And tried to make me forget where I came from
"왜 여기 있어?"
"아 미안,,, 시끄러웠나 여기 기타소리가 잘 울려서 나왔어 미안해"
"아니, 추울까봐 뭐라도 깔고 앉아있어“
너는 미소만 지었다. 그것은 흔히 사람들이 바보같은 말을 하는 어린아이에게 지어 보이는 허물없고 너그러운 미소였다. 제일 아이같은 얼굴을 하고 애써 동심을 잃어버린 척 하는 어른의 미소였다.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우연히 들었던 너는 노래를 꽤나 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초여름이래도 지하의 차가운 연습실 복도에서 기타를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 의아해 말을 걸었던 것일뿐 , 어색한 대화를 끝내고 너를 지나가며 처음 든 생각은 '좀 친해져야되는데,같이 데뷔 할 거니까' 그게 끝 진짜로 그게 끝이였는데, 그 이후로 노트북을 앞에 두고 수 없이 랩핑을 연습해도 가사를 써내려가도 러닝머신을 뛰어봐도 안무레슨이 끝나면 무거운 호흡과 울러거리는 속이 당연하듯, 그럴때마다 효진이형의 말이 생각나듯 너의 아이같은 미소가, 하지만 애써 웃어보이는 어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저녁을 아직 안 먹어서 그럴 거야' 라는 위안의 말도 없어서 더 울렁거렸던 것 같기도,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잊으려 할 수록 더욱 생생히 더욱 또렷하게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너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어느 날이였다. 너는 2월에 노래 부르는 것을 싫어했다. 12월에는 그렇게 좋던 눈이 2월에는 따분하고 더럽고 하찮다. 네가 1월 막바지쯤부터 입버릇처럼 뱉던 말 이였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지만 그런 날이었다. 따분하고 더럽고 하찮았던 2월의 어느 날이었다. 너는 그 날 들키지 말아야 할 비밀을 나에게 들켰었다. 널 원망했다. 아파할 거면 혼자 아파하지 왜 나에게 들켜 한참을 아른거리던 너의 형상을 왜 지금에서야 꽉 쥐게 만들었는지 널 한참이고 원망했다. 너는 한 평 남짓 연습실에서 저렴하게 샀다며 좋아했던 건반 위에 네 눈 같이 빠져들 것 같은 진한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채 울고있다. 허벅지 위 주먹진 손에 모든 힘이 들어간듯 손을 따라 올라간 너의 어깨는 축 늘어진채 어깨를 따라 올라가 너의 머리는 고개를 떨군채 옆모습을 따라 너의 눈에서는 눈물을 떨군채 그렇게 오늘도 무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같이 데뷔 할 줄만 알았던 너의 형들과 친구들은 이미 먼저 나아가고 있고, 너는 그들의 앞날을 배웅해주던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나아가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기엔 한참이나 줄이 꼬였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네 맘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2월에 늦게나마 내리는 눈은 다시 2월만큼이나 따뜻해진 온도에 바로 녹아버리고 새카매진 눈덩이로 남게 된다. 늦게나마 다시 잡은 신발끈은 익숙해진 손길에 때를 타 빳빳했던 끈은 축 늘어진, 실오라기가 하나씩 튀어나오는 끈이 되버린다. 다행히 나는 당찬 네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실망도 그만큼 작았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은 어느 지나간 여름에 듣던 느리고 울적한 음악이 다시 시작됐다, 회사 옥상에서 내 옆에 앉은 네가 어렴풋 들려줬던 노래는 그게 누구의 노래였는지,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태양의 한 줄기가 언덕 뒤에서 나타나 옥상을 물들이자 세상은 천천히 분홍빛이 되고 있었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이 곳에 있는 것이 행복했다. 지평선 너머 온 햇빛이 너를 비추었다. 그러자 너의 양 어깨에 금빛 무늬들이 생겼고 메마른 듯 포슬포슬한 네 머리카락이 밝게 빛났다. 그렇게 너를 좋아했다.
네 우는 뒷 모습을 빤히 바라만보다 그 모습을 껴안기로 했다. 건반 앞 네가 앉아 있는 작은 1인용 의자에 내 몸을 비집고 들어가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그냥 너의 뒷통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나도 목이 메어 꾹꾹 서투른 말을 건넨다. 나도 너의 심정을 알기에 공유하듯이, 너를 좋아하기에 위로하듯이 건넨다.
"별 일 아냐 혼자 이러고 있지 말고 뱉고 싶은대로 뱉어. 속앓이는 그만하고. 굳이 네가 참을 필요 없단 걸 알면서 왜 그래. 달라지는 건 없어 내일도 똑같이 힘들거야 힘들때마다 솔직하게 말해. 이것저것 감당 못 할 짐을 더 지려 하지 마 . 네 마음만 믿어. 참지마 더 울어“
아무것도 예전과 똑같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 세계 속에서는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얼마 후에는 나쁜 일보다 좋았던 일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리의 텅 비어 있던 부분들을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다시 채워진다. 그리고 슬픔으로 거칠거칠했던 가장자리는 여러가지 좋은 기억으로 매끄러워진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그렇게 우리는 좋아한다.
[후기]
심뀮 주제 '별일아냐'로 '꿈의 암실' 제출한 육시입니다. 먼저 합작 열어주신 합작주님께 정말 감사드리며
효승 펑크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ㅜㅠ
별일 아냐는 곡 소개 만큼 위로가 아닌 공감의 내용이라길래 같은 연습생인 둘을 보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서로가 위로가 되고 서로의 아픔이 공감이 잘 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옾페스 합작의 처음을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온옾 알페스를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ㅎㅎ
옾페스 떡상하자 ~~ 심뀮 떡상하자 ~~
